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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07 18:32
신입에게 더 많은 급여 계약해준 회...
 글쓴이 : 퍼쳐료휴18
조회 : 6  
안녕하세요. 스물 여덟살 중소기업 총무입니다.
너무 현타받는 일이 있었는데 어디다 말할 곳은 없고... ㅠㅠ
여러분이라면 어떨 것 같은지, 제가 어떻게 하는게 현명한 일일지 조언 부탁드려요.
편하게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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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말했지만 28살 중소기업 총무임.
말 그대로 총무라서 인사&급여 업무와 일반 경리들이 하는 매입 매출 관리, ERP, 거래처 관리 등등 오만가지 업무를 다 하고있고 그러다보니 대표의 구린 부분도 잘 알고 있음.
거기에 회사 창립 초반에 들어와서 초창기 멤버임.
단, 창립 5년 안 된 회사라 초창기 멤버라고 해봤자 오래된건 아님.

회사 사업은 오지게 잘됨. 해마다 매출이 2배 이상으로 뛰고있음.
대표도 젊음. 30대임. 직원들도 대부분 20대로 나름 젊은 조직임.
회사 분위기 정말 너무너무 좋고, 직원들 중 성격 이상하거나 일 못하는 사람도 없음. 어벤져스처럼 손이 착착 맞아서 일 하는게 재미있는 회사임.
난 거기서 주임이고 재무팀 팀장격임. 내 밑으로 직원도 있고 그 직원과도 적정 거리를 지키는 선 안에서 친하게 잘 지내고 있음.

여기까지 보면 젊고 활기찬 스타트업 회사인 것 같은데 오류가 있음.
대표가 회사 세우면서 부모님 도움을 받았음.
대표 부모님 및 친동생 등등이 회사에 들어와있음.
그래서 대표의 부모님께 각각 사장님, 이사님이라고 부르고 대표는 그냥 팀장님이라고 부름.
대표 친동생은 기획팀 대리임.
그런데 사장님과 이사님, 팀장님 (=대표 부모님 두 분과 대표 본인) 요 세 사람이 회사 지출 중 가장 아까워하는 게 바로 인건비임.
실제로 최저임금도 안 주고 신입 뽑으려던 적도 있음.
거기다 업무가 바빠 알바들이 밤 지새워서 일해도 오히려 식사시간 한시간을 빼고 알바비 지급하는 사람들임.
하물며 직원 급여는 오죽할까. 동종업계 최하위임.
직원들 야근수당 없고, 휴일에 나와서 일해도 특근수당 없음.
그러나 야근과 특근은 정말 자주 있는게 함정임.
명절에 상여금 쥐꼬리만큼 나오는 대신 그 흔한 김이나 참치세트도 없음.
"형이 술 한잔 사줄게~"
"우리가 남이냐?"
"내가 너희들 가족같이 생각하는 거 알지?"
"가족끼리 너무 이익 따지고 들면 피곤하고 감정 상하는 법이야!"
"그리고 사실 따지면 내가 야근 제일 많이하고 특근 제일 많이한다!"
등등을 입에 달고 사는게 대표임.
이런 것들이 회사 최대의 단점임.

그래서 인건비가 아까우신 경영진의 결정대로, 회사는 최소 인력 어벤져스로 굴러감.
그런데 위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사업이 너무 너무 너무 잘되는 거임.
이런... 재무팀과 기획팀 인력이 부족하다못해 숨 넘어갈 지경이었음.
재무팀의 팀장은 나, 기획팀의 팀장은 대표 친동생임.
채용공고를 올렸음. 재무팀은 금방 구했음.
근데 기획팀이 안구해짐... (왜냐, 급여가 적음)
그러다가 어렵사리 입사지원자가 생겨서 면접을 봄.
그런데 급여가 너무 적으니까 그 입사지원자가 우물쭈물했나봄.
연봉을 예상에 없이 덜컥 올려서 말하더니 덥썩 채용해버림.

내가 삔또가 나간게 여기임.
경력 7년차에 회사 초창기 멤버+재무팀 팀장인 나보다,
아직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는 그 신입이 더 많이 받게 됨.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한 건지 알고있음.
재무팀 직원이 안구해져서 내가 아무리 피똥을 싸도 우리 팀 직원 연봉 그렇게 올려서 데려와줄 경영진들이 아님.
자기 자식&친동생이 개고생하니까 그까짓 돈 몇 푼~ 웅앵웅~ 이러면서 데려온 거임.

그동안 제대로 된 수당도 없이, 일하는게 재미있고 사람들이 좋다는 이유로 야근이며 특근까지 한 나는 뭐가 되는 걸까...
넘 현타오고 충격적인 거임.
난 그 사람들이 아무리 경우가 없어도 맨날 '오래보자' '너만큼 믿고 맡기는 직원이 없다' 이런 말들을 해와서 지금같은 상황이 오리라곤 생각 못했었음.

면접 끝나고 회의실 나오더니 나한테 채용확정됐다며 계약서 준비하라고 연봉이랑 뭐 기타등등 면접 때 구두로 협의한 내용을 알려주는 거임.
듣다가 내 얼굴이 굳었음. 아래가 대화 내용임.

나:이 사람 신입인데 급여가 왜 이래요?
대표:완전 신입은 아니고 유사 경력이 2년 있다더라고.
나:전 이 쪽 경력 7년 차인데요.
대표:음... 네가 지금 연봉이 얼마지?
나:000이요.
대표:아 그래? 몰랐어! 난 니가 000정도는 받는 줄 알았지! 야 진짜 몰랐어! 어휴, 정말 몰랐네! 너 그렇게 적게 받고 있었냐?
나:... 신입에 사원인데 입사한지 몇년 지나서 팀장급인 저보다 많이 받아요?
대표:야 진짜 일부러 그런거 아니야
나:(책상 정리하기 시작) 그럼 저 받는 만큼만 일할래요. 지금 퇴근할게요. 신입보다 적게 받으니까 신입보다 일도 덜 하는게 맞겠네요.

이러면서 이직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발등에 불 떨어져서는 따로 불러내더니 올 12월 연봉 협상 때 파격적으로 올려주겠다, 진짜 몰랐다, 내년에 직급 대리에 직책 팀장으로 올려주겠다, 저 신입은 3개월간 수습 적용해서 90%만 지급하고 상여도 안줄거다 등등 둘러대기 시작함.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 관 뚜껑에 못 박는 날까지 자기랑 같이 일하자고 함.
아으아으아아아 ㅠㅠ 평소에 직원들끼리 사이도 너무 좋고 분위기도 유쾌해서 재밌게 일하고 있었는데...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기가 싫음...
나 어떻게 해... 엉엉

이런 회사 정상임...? 새삼 너무 회의감들고 어처구니 없고 ㅠㅠ
오래 다닌다한들 계속 이런 취급 받게될까 싶고...
뭐가 맞는 걸까 조언들 좀 부탁함 ㅜㅜ